다음달 초 일선 약국에 종근당이 만든 처방용 아세트아미노펜 ‘펜잘’ 1000만 개가 공급된다. 일부 지역에서 해열제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그동안 이 약의 생산을 위탁했던 종근당이 직생산에 나섰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초저가 약가 정책이 계속되는 한 이런 사례는 되풀이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종근당은 그동안 이 약의 생산을 중견제약사 제뉴파마에 맡겼다. 최근 종근당 천안공장 일부 라인을 조정해 자체 생산에 돌입했다. 위탁생산보다 직생산하는 게 공급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 도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정부의 SOS’에 화답한 것이다.
종근당은 지난 28일부터 직원 동계휴가에 들어갔다. 공장 직원들은 펜잘 생산라인을 완전가동하기 위해 연말 휴가 일정도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 국장이 제약사 사장들을 만나 물량 확대를 요청했다”며 “수익성 높은 기존 제품 라인을 빼야 하기 때문에 내부 검토 끝에 소량만 추가 생산하거나 거절한 곳도 많다”고 했다.
지난달 21~27일 1253만 정 공급된 이 약은 약값 조정 후인 11월 28~12월 4일 3170만 정으로 공급량이 급증했다. 이후 다시 감소세다. 올해 아세트아미노펜 공급 불안정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줬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국내 해열제 수요가 누적된 데다 중국이 봉쇄를 풀면서 세계적으로 단기 수요가 급증했다. 글로벌 공급난에 원료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대표 제제인 ‘타이레놀’을 국내에서 만들던 얀센은 지난해 말 화성 향남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내 모든 생산라인을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공급을 인도에 맡긴 미국은 인도가 사실상 건강주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비상시 제약사가 생산라인을 바꾸도록 정부가 수익을 보전해주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